본심도 아닌 예심 심사를 제안받고 고민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외부로부터 본심은 요청 받았지만 예심 과정부터 참여를 제안 받은 적이 없었기에

과연 제대로 잘할 수 있을까 자신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본심은 예심을 통해 선별된 작품들을 갖고 심사하는 작업이지만

예심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대기하고 있는 작품 편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장편이든 단편이든 1편씩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서 채점 기준에 맞춰 선별하는 과정은

심사위원 스스로 희로애락의 정신적 노동에 동의해야만 가능한 작업입니다.

올해부터 SF 장르를 지향하는 춘천영화제이기에

응모한 작품들이 많아야 100여 편 정도겠지 예상 하였습니다.

그런데 웬걸 도착한 장.단편 영화로 총 202편 !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최소 1편당 상영시간으로 평균 20분이라면 하루에 평균 7시간을 온전히 보더라도

11일 동안 쉬지 않고 봐야 하는 규모였습니다.

이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한 쪽의 경향성을 떠나서 독립영화의 흐름을 지켜볼 수 있어서

예심 참여에 동의한 것만큼, 각각 작품들의 다양한 편차는 힘들었습니다.

결국 독립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어 다행이었고

장편영화의 부족한 출품 편수는 영화제의 과제로 남더라도

단편영화들의 다양한 완성도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국SF독립영화경쟁부문 예심의 평가 기준은

1) 작품성 (한 작품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니는가?)

2) 완성도 (일정한 수준의 영화적 완성도를 갖추고 있는가?)

3) 주제의식 (감독이 전달하려는 주제는 합당한가?)

4) 독창성 (SF 영화로서 표현방식이 독창적인가?)로 각자 나름대로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19의 상황에서 심사를 비대면으로 하는 것이 일상인 것처럼

각자의 채점표로 계산하여 선정한 것이 아니라 1박 2일의 대면 회의로 3명의 비공개 합평회가 있었습니다.

1차 선정은 3명 추천의 만장일치로 통과, 2차는 2명이 동의한 것에 의하여 나머지 1명을 설득하였고

3차는 1명만이 추천한 작품을 갖고 2명을 설득하여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처음부터 SF영화제에 합당한 작품들이 경쟁작으로 선정되었고

이 범주에 벗어났지만, 그럼에도 경쟁작에 뒤떨어지지 않는 작품들을 비경쟁으로 어렵게 확정하였습니다.

다만, 영화제 예산에 상응하는 상영관과 상영 횟수의 부족으로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몇 편의 작품들이 제외된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그렇게 영화제 기간 동안의 온/오프라인에서 관객과 만남으로 소통을

기대하는 것만큼 응모에 참여한 모든 작품의 스태프,배우 등 관계자들의 수고와 분투를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이를 검증하고 공감하는 것은 여러분의 몫이고 역할이므로

어떻게든 조우할 수 있도록 참여하므로 그 다음은 영화제를 통하여 기대하는 것입니다.

독립영화협의회 대표 낭희섭